
수영장이나 바다에 들어가면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 목소리는 웅웅 울리며 멀어지고, 물이 튀는 소리도 둔하게 퍼진다. 방향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귀에 물이 들어가서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이유는 훨씬 더 과학적이다. 소리가 전달되는 물리적 환경이 공기에서 물로 바뀌면서, 소리의 속도·에너지·전달 경로가 모두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귀는 그 변화에 완벽히 적응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물은 소리를 공기보다 훨씬 빠르게 전달한다)
소리는 공기, 물, 고체처럼 ‘물질’이 있는 곳에서만 이동하는 진동이다. 공기 중에서 소리는 초속 약 340m로 전달되지만, 물속에서는 약 1,500m로 이동한다. 무려 4배 이상 빠른 속도다.
겉으로 보면 소리가 더 빨리 오니 더 선명하게 들릴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인간의 청각 시스템은 공기 중의 느린 속도와 약한 에너지에 맞춰 정교하게 조율되어 있다. 물속에서는 소리가 너무 빠르고 강하게 전달되어, 뇌가 거리와 방향, 크기를 기존 방식으로 해석하지 못한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밀도’다. 물은 공기보다 훨씬 조밀하기 때문에 같은 소리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담아 전달한다. 이 에너지가 고막에 전달되면 소리가 커지기보다는, 오히려 왜곡되어 느껴진다. 그래서 물속에서는 말소리가 또렷한 단어가 아니라, 낮고 둔한 진동처럼 들리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공기라는 무대에서 연주되도록 만들어진 청각 장비를 들고 갑자기 물속 콘서트장에 들어간 셈이다. 악기는 같아도, 울리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귀는 원래 물속 청취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소리를 모으는 외이(귓바퀴), 진동을 증폭하는 중이(고막과 세 개의 작은 뼈), 그리고 이를 전기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내이다. 이 구조는 공기 중의 미세한 압력 변화를 감지하는 데 거의 완벽에 가깝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외이도 안에 물이 차면 공기의 진동이 고막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대신 소리는 두개골 전체를 흔들며 전달된다. 이를 ‘골전도’라고 한다.
골전도로 들리는 소리는 고막을 거치는 일반적인 소리보다 정보가 훨씬 단순하다. 음의 높낮이, 섬세한 발음, 공간감이 크게 줄어든다. 우리가 물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평소보다 낮고 낯설게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목소리가 변한 것이 아니라, 전달 경로가 바뀐 것이다.
그래서 수영장에서 누군가 말을 걸면, 말은 들리는데 무슨 말인지는 잘 안 들리는 묘한 상태가 된다. 청각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인간 귀의 설계 자체가 물속 환경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방향 감각이 사라지는 과학적 이유)
우리가 평소 소리의 방향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이유는, 양쪽 귀에 소리가 도달하는 시간과 크기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뇌는 이 차이를 계산해 “왼쪽에서 났다”, “뒤쪽이다”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물속에서는 소리가 너무 빠르게 이동해 두 귀에 거의 동시에 도착한다. 시간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니, 뇌는 방향 정보를 계산할 재료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물속에서는 누가 부르는지 몰라 두리번거리게 된다.
이 점에서 인간은 해양 동물과 큰 차이를 보인다. 돌고래와 고래는 물속에서 정확한 방향 감지를 위해 특수한 지방 조직과 반사 구조를 갖고 있고, 초음파를 이용해 공간을 ‘본다’. 반면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육지에서 살아온 존재이기 때문에, 청각 시스템도 철저히 공기 중심으로 진화했다.
즉, 물속에서 길을 잃은 듯 소리가 들리는 것은 능력 부족이 아니라,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한계다.
정리
물속에서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은 단순히 귀에 물이 들어가서 생기는 불편함이 아니다. 소리의 속도 변화, 전달 에너지의 차이, 그리고 인간 귀의 구조적 한계가 동시에 만들어내는 결과다.
우리는 공기라는 환경에 맞춰 만들어진 존재다. 그래서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시각뿐 아니라 청각도 잠시 낯선 세계의 법칙을 따르게 된다. 소리가 둔하고 방향이 사라지는 경험은, 우리가 얼마나 환경에 의존적인 감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증거다.
다음에 수영장에서 소리가 이상하게 들린다면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내 귀가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지금 전혀 다른 물리 법칙 속에 들어와 있는 거구나.”
일상의 작은 불편함 뒤에는 늘 과학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과학을 이해하는 순간, 평범한 수영장도 잠깐은 흥미로운 실험실이 된다.